한국지속가능성인증포럼(KOSRA)은 지속가능성 인증 기관들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김의형 KOSRA 회장은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출발점을 만든 인물이다.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가 실천되고 있는 지금, 제도 설계에서부터 지속가능성 인증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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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공시와 인증 – 김의형 한국지속가능성인증포럼 (KOSRA) 회장
김의형 한국지속가능성인증포럼 회장은 한국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여정을 설계한 인물이다.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현 KSSB) 출범과 논의를 사실상 처음부터 주도하며 지속가능성 공시 논의의 출발점을 만들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 형성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 공시의 본질과 한계, 그리고 인증 제도를 포함한 향후 설계 방향을 짚었다.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오래 지켜보셨습니다.
“2018년부터 2023년 초까지 한국회계기준원장을 맡아 유럽 관계자들과 계속 교류하면서, 공시 제도가 나온 배경과 과정을 가까이서 봤습니다. ESRS를 만든 사람들, ISSB 기준 제정에 참여한 회계 전문가들이 어떤 문제의식과 방향성을 갖고 있었는지도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지속가능성 공시 논의가 어디서 출발했고 왜 이런 방식으로 흘러왔는지 맥락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출발점과 목적입니다. 유럽의 ESRS는 규제 목적, ISSB는 투자자와 주주를 위한 정보 제공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ISSB가 실제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ESRS식 요소를 많이 가져온 부분이 있습니다. 기업에게 정말 중요한 규제와 핵심 항목 몇 가지를 중심으로 공시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인증은 왜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지속가능성 정보는 재무 정보보다 오류나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재무정보는 숫자가 맞지 않으면 비교적 쉽게 오류가 드러나지만, 지속가능성 정보는 정성적 설명과 예측, 계획이 많아서 틀렸는지 왜곡됐는지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린워싱도 더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3자의 인증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 인증은 현재의 회계감사와 비슷할까요.
“기본 구조는 비슷합니다. 기업이 제공한 정보를 제3자가 검토해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회계감사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재무 정보는 과거 거래를 바탕으로 한 계량 정보가 중심이고, 금액 기준으로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지속가능성 정보는 비계량 정보가 많고 미래 계획과 예측, 리스크 평가 같은 정성적 요소도 큽니다. 또 기후·생물다양성·수자원·지배구조·보안 등 여러 전문 분야가 얽혀 있어 단일한 전문성만으로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감사 담당 직원들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이 같은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에 대한 전문성도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지속가능성 공시 초안에는 인증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정보의 성격상 정성적 요소와 미래 예측이 많아 오류나 왜곡, 이른바 그린워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제3자의 인증은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번 초안에서는 인증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체계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공시의 신뢰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인증은 공시 제도와 별도로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초기 설계 단계부터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처음부터 재무감사 수준의 강한 보증을 요구하기보다는, 제한적 보증 수준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동시에 어떤 기관이 인증을 수행할 것인지, 필요한 전문성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제도적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정리되지 않으면 공시 제도 자체의 신뢰 확보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는 인증 기준은 현실에 맞다고 보시나요.
“아직은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현재는 AA1000AS를 많이 쓰는데, 공시 범위 등에서 한계가 있죠. 최근에는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가 ISSA5000을 만들었습니다. 회계감사 기준을 닮은 틀을 가져오긴 했지만, 지속가능성 정보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속가능성 공시에서는 ‘무엇을 공시할 것인가’를 정하는 중요성 판단 자체가 핵심인데, 이 부분은 회계감사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성적인 판단을 요구합니다. 그 점에서 기존 회계감사 방식만으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인증은 어느 수준의 보증이 현실적입니까.
“당분간은 제한적 보증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재무감사 수준의 합리적 보증을 지속가능성 공시에 그대로 적용하려면 확인해야 할 범위가 너무 넓고 복잡합니다. 게다가 소송과 책임 리스크도 상당히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제한적 보증 중심으로 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와 전문성이 축적된 뒤에 더 높은 수준의 보증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인증포럼은 어떤 역할을 지향하고 있습니까.
“한국지속가능성인증포럼(KOSRA)은 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과 개인, 그리고 일반 법인 회원이 함께하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표준협회, 생산성본부, 시험연구기관, 노무법인, 언론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속가능성 공시와 인증이 본격화되면 필요한 교육, 전문가 네트워크, 윤리와 독립성 기준, 실무 인프라 등을 준비하는 역할을 하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시의 목적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인지, 규제를 위한 간접 수단인지에 따라 공시 항목과 인증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 구분 없이 ESRS와 ISSB의 요소를 뒤섞으면 기업 부담만 커지고, 정작 시장에 유용한 정보는 흐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공시 목적, 적용 기준, 인증 구조, 전문성 범위를 차분하게 정리하면서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